마지막 수정: 2009-03-25 07:20:39 / novembre

핵폐기장 대안이 이 지붕에 있더군요

한겨레, 권복기 기자

2007년 3월 6일

http://energyvision.org/file/%C7%D9%C6%F3%B1%E2%C0%E5%20%B4%EB%BE%C8%C0%CC%20%C0%CC%20%C1%F6%BA%D8%BF%A1%20%C0%D6%B4%F5%B1%BA%BF%E4/070306.jpg
요안 원불교 시민발전소를 지은 최서연 교무가 6일 서울 화곡동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 모듈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화곡동 원불교 시민발전소

서울 화곡동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소장 최서연 교무) 3층에는 태양전지 모듈 40개가 지붕을 덮고 있다. 3㎾급 요안 원불교 시민발전소다.

“도시는 전기를 많이 쓰는 데잖아요. 놀고 있는 지붕에 태양전지를 설치하면 별도로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전기를 자급할 수 있습니다.” 최 교무의 말이다.

설치비는 2400만원이 들었다. 이 돈은 10년이면 회수가 가능하다. 한전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든 전기를 ㎾당 714원에 사주기 때문이다. 전기값 100원과의 차액 600원 가량이 수익금이 된다. 이 발전소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591㎾를 생산해 46만2370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이 추세면 한달에 10만원 넘게 수익이 난다.

최 교무가 요안 원불교 시민발전소를 만든 이유는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서다. 원불교는 2003년 전남 영광에 핵폐기장 건립에 반대하는 운동을 폈고, 최 교무도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성직자로서 고민도 생겼다.

“원불교 성지는 물론, 어느 곳에도 핵폐기장은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전력의 40%를 원전에서 생산하는 현실에서 대안 없는 반대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놀고 있는 지붕에 태양전지 설치
전기 자급은 물론
쓰고 남아 한전에 판매
설치비는 10년이면 뽑죠
햇빛발전소 늘면 늘수록
우리도 지렁이처럼 살 수 있어요


최 교무의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에 가입하고, 태양열, 지열, 풍력 등을 공부하다 서울 부암동에 햇빛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센터 건물에 이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설치비는 어머니 이진임(72)씨한테 빌렸다. 전기를 팔아 모은 돈으로는 다른 곳에 또 다른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데 쓰기로 모녀가 뜻을 모았다.

“어머니께 귀여운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이 일을 하는 데 돈을 쓰시는 게 그 어떤 공덕보다 크다고요.”

최 교무는 돌아가신 아버지 최병민씨와 어머니의 세례명 요아킴과 안나의 첫글자를 따서 발전소 이름을 요안 원불교 발전소로 지었다.

설치는 간단했다. 이틀 만에 공사를 끝내고 2005년 10월25일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전기를 아껴쓰기도 했지만 햇빛이 만든 전기는 80평 센터 건물의 전기기기를 다 돌리고도 남았다. 눈이 올 때가 아니면 특별히 관리할 일도 없었다.

“첫해 겨울 눈이 온 뒤 이틀 동안 전기생산이 하나도 되지 않아 가봤더니 모듈 위에 눈이 그대로 덮여 있더라구요. 지금은 눈이 오면 곧바로 지붕에 올라가 쓸어 내립니다.”

최 교무는 2005년부터 화분에 지렁이를 길러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지렁이 분양에도 적극적인 환경운동가다. 지렁이로부터 가르침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지렁이처럼 살자고 말하고 다니는 그를 주위 사람들은 “지렁이교 교주”라고 놀린다.

“지렁이가 이 땅에 존재한 지가 5억년이 됐다고 합니다. 평화롭게 공존하고 쓰레기를 먹어 좋은 비료로 만드는 것처럼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니까 조물주가 그렇게 오랫동안 살려둔 것이 아닐까요. 우리도 지렁이처럼 살아야 멸망하지 않습니다.


처음 작성: 2007-03-08 09:46:22 / g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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