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2008-09-22 17:14:09 / songdw

'난방 필요없는 집' 꿈이 아니다

영남일보/졍혜진

2008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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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규모의 건물이라도 에너지 소비량은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주택 난방을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다. 우리나라 주택이 난방을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는 평균 연간 186M㎈. 일본(40M㎈)의 4배가 넘고, 미국(108M㎈)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에너지 저소비 건물 설계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도시 공동주택 에너지 배출량 줄여야

연세대학교 산학협동단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 저에너지친환경공동주택연구단은 지식경제부로부터 2006년부터 5년동안 248억원의 연구비를 받아 에너지를 기존보다 최소 60% 이상 줄일 수 있는 공동주택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단 이승복 단장(연세대 건축학과 교수)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존 공동주택보다 40% 정도 절감되는 모델을 목표로 잡았는데 그 사이에 기술 발달 속도가 빨라져 최저 60%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한다. 건물 중에서도 공동주택(아파트)의 에너지 배출량을 줄이는 연구에 대규모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은 새로 짓는 주거 형태가 대부분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단에서는 현재 설계 중인 연세대 송도캠퍼스 기숙사를 공동주택 모델하우스로 삼아 연구된 기술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시민들도 고유가에 민감해지고 있는 만큼 민간에서도 에너지 고효율 건축에 나서고 있다. 대구 만촌동에 있는 대림 수성2차 e-편한세상 관리동은 대림산업이 야심적으로 선보인 '3리터 하우스' 시범 건물이다. 3리터 하우스란 1㎡당 연간 3ℓ의 에너지만 쓰는 것으로, 연평균 17.5ℓ의 연료를 소비하는 일반공동주택과 비교할 때 80%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건물의 경우, 단열재 두께가 보통(5~10mm)보다 최대 6배(30mm) 두꺼운 슈퍼 단열재와 3중 유리창, 3중 창호를 써 기존보다 에너지가 70% 정도 절감된다. 완벽한 3리터 하우스는 이 밖에 폐열 회수형 환기 시스템 등을 채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높은 비용이 걸림돌이다. 3리터 하우스를 짓기 위해서는 3.3㎡(1평)당 1천만원 이상의 건축비가 들어간다. 기술을 보편화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저에너지친환경공동주택연구단에서는 이같은 에너지 절감 기술에다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이 가능한 급탕 시스템과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 내는 발전 시스템, 냉난방 지열시스템, 빗물을 재활용하는 시설 등을 갖추면 이론적으로는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 제로 하우스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농촌형'패시브 하우스'난방비 90% 절감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은 서울에서 충남 홍성군 홍동면으로 사무실을 옮긴 후 올 2월, 홍동면에 교육실로 사용하는 건물을 지었다. 홍동면 입구에 있는 평범한 통나무집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패시브(passive) 하우스다(사진). 패시브 하우스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소극적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난방비가 일반 건축물의 10% 정도밖에 들지 않는 집을 말한다. 에너지 효율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패시브 하우스가 보편적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실내 온도 측정계가 27℃를 가리키고 있다. 바깥 온도보다 1~2℃정도 낮다. 이 단체 송대원 간사는 "벽과 지붕의 두께가 32㎝나 돼 외부 열이 차단돼 온도가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의 진가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발휘된다. 단열재·방습재·합판을 11겹으로 만들어 겨울에는 난방이 거의 필요없을 정도다. 창문을 2중창으로 만들고 현관문도 공기 하나 빠져나가지 않게 밀폐했다. "올 3월부터 지내봤는데요, 바깥이 영하 5℃까지 내려가는데 여긴 13℃ 정도 됐어요." 이 건물은 24㎡ 넓이에 건축비는 1천293만원을 들였다. 이 단체의 전(前) 대표인 이필렬 교수(방송대 문화교양학과)가 설계를 맡았다. 건축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은 것은 전문 목수 일을 제외하고는 회원들이 봉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사무실로 쓰는 것이라 난방 시설을 넣지 않았지만, 조만간 난방 시설을 장착한 패시브 하우스를 홍동면에 짓게 되면 농촌형 패시브 하우스 보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건물 에너지총량제 개념 도입 필요

도시든 농촌이든 건축물의 에너지 저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건물에너지총량제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에서 건물 에너지를 규제하는 조항은 단열에 대한 규정 뿐이다. 그러나 단열재 두께가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단열재 성능이 안 좋아 에너지가 많이 빠져나가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건물에너지총량제는 ㎡당 몇 ℓ의 에너지 사용 기준을 제시해 효율적인 에너지 수요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에너지 저소비 건축물의 경우, 건축비가 일반 건물보다 10% 정도 초과하는데 이 부분은 7~8년내 유지관리비 절감으로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비용이 부담이 되는 만큼 정부가 저리 융자 등으로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생태건축연구소 이윤하 소장은 "독일에서는 건축물에너지 소비가 ㎡당 7ℓ이하여야 허가대상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4ℓ정도만 돼도 에너지고효율 건물이라며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면서 "건축물에너지총량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처음 작성: 2008-09-22 17:02:58 / song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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