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2009-07-28 12:36:21 / songdw

발전차액지원을 농업보조금으로 인식할 수는 없을까?

김봉수(에너지전환 이사)

2009년 07월 27일

1.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정책의 변화

알려진 대로 정부는 향후 발전차액지원제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RPS)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과 기성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해줌으로써 재생가능 에너지원에 의한 발전사업자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반면 의무할당제는 주요 발전사업자들로 하여금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에서 의무할당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유지할 경우 재정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의무할당제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증가분을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는 반면,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정지출이 수반된다. 그러나 의무할당제의 경우에도 증가된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통하여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들은 세금을 통해서 부담하던 것을 전기요금 인상분으로 부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2. 신재생에너지이용 발전전력의 기준가격지침 개정고시

한편, 정부는 지식경제부 고시 2009-96호로 「신재생에너지이용 발전전력의 기준가격지침」을 개정․고시하였는데, 그 요지는 연도별 발전차액 지원 한계용량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시설 설치 용량이 정부의 예상을 초과함에 따라 2011년까지 확보된 발전차액 지원 한계용량(태양광의 경우 500MW)이 조기에 소진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역설적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신재생에너지 이용 발전사업의 확대에 매우 유용한 제도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초창기의 경험 부족과 제도적 미비 등을 극복하고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비로소 우리나라도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예상을 초과하여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고 있다면,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정적인 부담을 이유로 오히려 매년 발전차액 지원 상한선을 정해 놓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확대를 막고 있으니, 이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이 없이 이왕 확충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근시안적 사고방식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비율을 9%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과도 모순되는 행태이다.

3. 발전차액 지원을 통한 농업보조금 지급 가능성

그런데 위와 같이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발전차액지원제를 유지하려면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것도 사실이므로, 앞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발전차액 지원금이 증가하면 할수록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커질 것이 분명하다. 평소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내가 낸 세금이 발전차액 지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지만,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만약 발전차액지원금이 단순히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제도의 존립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궁리해보다가 문득 최근 농촌에 각종 사업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전시행정에 그치거나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기억해내게 되었다. 이를테면 농촌정보화사업을 위하여 많은 돈을 들였지만 정작 농민들은 그것을 불편해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회사만 수익을 얻게 된다거나, 각 부처의 지원이 중복되어 어떤 마을에는 100억원이나 되는 예산이 지원되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돈을 아끼면 발전차액 지원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에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는 상당히 커서 예를 들어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에 배정된 예산만 약 6조원이 된다고 한다. 반면,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예상하는 태양광발전에 대한 2009년 발전차액지원금은 약 2,330억원에 불과하다. 필자는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사업이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발전차액을 통하여 합법적으로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즉, 발전차액 지원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원 사용을 증가시키고, 농촌 복지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유럽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또한 농민들이 발전사업을 하는 것은 농가소득구조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농작물의 가격은 다른 생산품에 비하여 큰 폭으로 변동되기 때문에 농가의 소득 역시 해마다 크게 변동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발전사업을 통한 수입은 대체로 일정하기 때문에 소득구조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4.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 계획의 재검토 필요

그간 정부가 발표한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계획이나 그린홈 100만호 계획 등을 보면, 내실 있는 계획을 추구한다기보다는 거창한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위 목표치대로 보급이 될지도 의문이다. 특히 태양광주택 보급 사업의 경우 태양광설비 설치비용을 정부와 개인이 분담하게 되는데, 위 사업에 의하여 일부 정부 보조를 받아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경우에는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저 가정용 전력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농촌지역의 경우 순전히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전력의 양이 많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서 절감할 수 있는 전기요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지원금 외에 개인 돈을 들여가며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막상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뒤에는 남는 전기를 팔 수 없기 때문에 전기를 아껴 쓰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므로, 난방과 같이 과거 전기를 사용하지 않던 것까지도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위 사업을 지금처럼 진행할 것이 아니라 발전차액지원제와 병행하여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하여 정부에서 일정액을 보조하거나 낮은 이율 또는 무이자로 장기간 대출을 해 주는 방식을 검토하여야 한다. 아니면 설치 후 일정 기간 동안에 생산된 전기는 개인이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나머지 기간 생산된 전기는 대출금 회수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대출 내지 설치비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에너지전환 회원발전소의 사례를 보면 약 6,000만원을 들여 만든 회원발전소 2호기(발전용량 9kW)를 통해 얻어지는 전력 판매대금이 월 50~100만원 정도이다(이것 역시 순수익이 아니라 단순히 판매대금 수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태양광발전을 통해서 의미 있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회원발전소 2호기 이상의 용량을 필요로 하고, 그 설치비용은 최소 5,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농촌 지역에서 순전히 자기 돈으로 위와 같은 규모 이상의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따라서 태양광주택 10만호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설치비용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정적인 지출은 농가에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줌으로써 우리의 농촌이 붕괴하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일종의 농업보조금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5. 농업보조금 개념의 발전차액 지원의 장점

이와 같이 농업보조금 개념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 발전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첫째, 자본을 동원하여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 사업에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발전차액지원제가 문제가 된 원인 중 하나는 대출이나 투자자 모집을 통하여 대규모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형태의 참여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것이지만, 그 사업 형태를 보면 넓은 면적의 임야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다거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 위에 대규모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등으로 인하여 환경 보호에 역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지원을 농업보조금의 일환으로 이해하게 되면 지원 대상을 한정하거나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무분별한 개발 및 재정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농민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우선권을 준다든지, 이미 건축된 건물에 발전설비를 갖추는 경우에 우선권을 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둘째, 도시 지역에서 귀농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농촌 지역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사업 내지 부업 아이템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귀농의 경우에 농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므로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러한 발전사업과 병행한다면 최소한의 소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발전 설비는 장기간 유지해야 하므로, 농촌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는 데에도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WTO 협정이나 FTA에 위반되지 않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농업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이는 농가 소득을 다변화하여 농촌 경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6. 시민 참여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의 정책기조에서 기본적으로 국민 개개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량을 몇 %로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의무할당제만을 채택하면 결국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발전량의 일부를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이용하게 될 것인데, 그것을 일반 소시민과의 계약을 통하여 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 길은 막히게 될 것이다. 발전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단순히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에너지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무형의 이익을 가져온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그러한 무형의 이익은 고스란히 포기해야만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은 매우 유용한 사회복지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장점 역시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의무할당제만을 고수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의무할당제가 좋은 제도라면 그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의무할당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반드시 폐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단순히 재정부담 때문에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다른 정책목표까지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현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재정지출을 늘리고,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려고 하며, 더구나 녹색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정부가 유독 재생가능 에너지이용 발전차액 지원에 들어가는 재정을 아끼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되는 자금은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고, 발전차액지원에 투입되는 자금은 경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인가? 정부가 조금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처음 작성: 2009-07-28 11:51:57 / songdw
9번 고침, 읽음: 7,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