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2011-03-18 15:05:40 / songdw

에너지전환과 원자력: 원자력을 바로 보고, 바로 알자

강윤재(에너지전환 부대표)

2010년 12월 15일

에너지전환과 원자력: 원자력을 바로 보고, 바로 알자!

G20 정상회의로 서울이 몸살을 앓고 있던 2010년 11월 9일, 서강대학교의 남쪽에 있는 예수회센터에서 서울민중회의가 열렸습니다. G20 정상회의에 맞서기 위해 84개의 정당, 노조, 시민단체 등이 함께 했습니다. 우리 단체는 그 중 한 분과인 “2010한일시민사회반핵포럼”에 참여했습니다. 부대표인 저는 1부(오전) 모임의 사회를 맡았고, 대표님께서는 오후에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 단체가 이 포럼에 참여한 이유는 에너지전환과 원자력은 상극이기 때문입니다.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에너지전환의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원자력을 바로 보고, 알 필요가 있습니다. 포럼이 평일 낮 시간대에 열린 관계로 우리 회원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단체와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진보신당, 사회진보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환경단체)와 정당이 참여했고, 일본에서는 원자력자료정보실, 원수폭금지일본회의, 반핵아시아포럼일본사무국 등 시민단체가 참여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첫날은 예수회센터에서 포럼을 열어 원전의 확산을 막고, 궁극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면서 이를 위한 한일 양국 시민단체의 협력방안을 마련해보자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튿날에는 경주방폐장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방폐장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튿날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관계로 첫째 날에만 참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포럼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우리 단체가 왜 원자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원자력을 반대해야 할까요? 올해 7월 7일에 우리 단체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국제세미나("원자력발전의 현재와 미래: 우리는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원자력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의 길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의 원료(연료)인 우라늄은 무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석유처럼 매장량이 유한하며 우리의 생각보다 그 양도 많지 않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에너지워치그룹’의 치텔 박사가 자세히 설명해준 바 있습니다. 그나마 원료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고속증식로의 성공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산업계(특히, 일본)는 악착같이 고속증식로에 매달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기간을 늘려보려고 애썼지만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어느 나라도 성공할 수 없어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포기한 상태입니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히데유키 반 공동대표의 말처럼, 일본에서 다시 시도하고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의 경우처럼, 고속증식로는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상업성은 형편없을 것이고, 따라서 비현실적인 몽상에 불과합니다.

이 외에도 원자력발전은 매우 위험하며, 핵무기와의 관련성도 매우 커서 북핵사태와 이란의 핵개발문제처럼 평화를 크게 위협합니다. 또한, 핵폐기물과 그것을 처분하기 위한 방폐장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골칫거리입니다(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은 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원자력발전소(원전)와 방폐장이 외부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야만 한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원자력이 환경이나 생태계와는 거리가 먼 반환경/생태인 것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원전의 위험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둔감해진 측면이 있지만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더욱이, 그 후에도 적지 않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인명피해를 비롯하여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외국에 비해 매우 안전한 것 같지만 착각일 수 있습니다. 가동률이 높은 것이 자랑거리는 결코 아니며(무리한 가동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원자력산업계에 안전불감증이 폭넓게 퍼져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일본 반핵운동의 선구자인 다카끼 진자부로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원자력 신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원자력은 안전하지도, 값싸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쓴 서평과 논평을 참고하세요).

우리 단체가 원자력을 반대하는 이유는 원자력이 에너지전환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소위 “원자력 르네상스”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위기의식을 잘 활용한 경우입니다. 원자력산업계가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기본법’은 신재생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 확대를 핵심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획책하고 있을 뿐입니다. 현재 20기인 원자력발전소를 2030년까지 그만큼 더 지을 계획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말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원자력을 확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기후변화가 우리 인류에게 주는 교훈은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필요성입니다. 무한성장은 한정된 지구의 환경 속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에너지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장되어 있는 에너지 자원(화석연료는 물론 원자력의 원료인 우라늄)은 결국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이용과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제고를 통한 에너지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과소비에 젖은 우리는 생활방식을 바꾸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불편을 감수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법입니다. 원자력산업계의 제안은 이런 점에서 ‘악마의 유혹’과 같은 것입니다. 왠지 찜찜하지만 내용은 자세히 모르겠고, 에라 괜찮겠지 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지요.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산업이 국가경쟁력’이라는 황당한 논리가 따라붙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원전 건설을 수주한 것을 계기로 원자력을 수출하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라는 정책적 목표 제시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위한 구색맞추기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단체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우리 단체는 그 동안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힘써 왔습니다. 회원(시민)발전소 사업과 모델 패시브하우스 건설은 그 대표적 예라 하겠습니다. 현재, 국가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이 펼쳐지면서 그 물량 면에서는 커진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 내용(質)까지 충실해졌는지는 의문입니다(문제점에 대해서는 대표님과 이사님들이 쓰신 칼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언론의 보도내용을 봤을 때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입니다.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인식의 측면에서도 아직 에너지전환에 대한 의지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회원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생태건축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조차 패시브하우스(에너지의 절약)에 대한 구체적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에너지전환의 올바른 방향을 다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자립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전환의 길을 가로막는 원자력의 실체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민중회의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기존의 반핵운동이 소수의 활동가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시민들의 폭넓은 관심은 크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원자력 르네상스”는 바로 이런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즉, 적지 않은 국민들이 원자력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막연히 원자력에 기대를 걸거나 관심을 놓고 있습니다. 주변의 여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생각보다 원자력에 대한 정보가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라늄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위험문제만 해결하면 원자력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외로 많았습니다. 우리 회원들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원자력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올바르게 대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문제제기도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원자력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서로 나누고, 함께 공부하려는 노력은 적은 실천이지만 그 파급력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반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원자력을 올바로 보고, 올바로 알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원전의 수출은 생각과는 달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원자력의 불필요한 확대를 초래하여 나중에 수출국은 물론 수입국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일본측 대표들은 이미 대만, 태국, 필리핀 등 일본이 원자력을 수출하려고 하는 나라의 시민(주민)단체와 연대를 추진하면서 일본 원전의 수출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돌입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가령, 수입국의 반핵단체 관계자를 초청하여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문제해결을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를 갖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생각에 젖어 있었는데, 일본 시민단체는 연대투쟁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 내심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역사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곤 합니다. 하지만, 원자력의 길은 죽음의 길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에너지전환이라는 삶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원자력의 길로 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 출발점은 시민들의 힘을 함께 모울 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단체가 앞장서서 원자력 교육에 힘을 쏟고, 원자력 관련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처음 작성: 2011-01-04 10:21:35 / song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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