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2011-03-18 14:43:28 / songdw

진정한 에너지 복지란

윤순진(에너지전환 대표)

2010년 11월 12일

다시 추운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웬만큼 사는 사람들에게 겨울이란 난방을 좀 더 하고 두꺼운 외투를 걸쳐야 해서 살기 조금 불편한 시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추운 계절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겨울철 난방 부족이 불편함을 넘어 삶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근래의 겨울은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평균온도가 조금 높아졌지만,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이상한파가 잦아져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에 따르면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저소득층이 늘어나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마저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가구가 2006년 120만가구에서 2008년 130만가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대체로 소득 대비 에너지비용 부담이 10% 이상인 가구를 에너지 빈곤가구로 보는데, 에너지 빈곤가구의 에너지비용 지출이 가장 높은 계절이 난방을 해야 하는 겨울이다.

대개 에너지 빈곤가구는 높은 에너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전기장판 하나로 바닥만 데운 채 겨울을 버티기도 하고 집안 일부만 난방하기도 한다. 이런 가구의 가옥은 단열이 잘 되지 않아 같은 양의 에너지로 난방을 해도 벽이나 창문으로 열이 새어나가기 때문에 실내온도가 낮다. 게다가 빈곤가구일수록 가옥구조나 위치상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이 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일반 가구들에 비해 등유를 쓰는 비율이 높다. 등유는 같은 열량의 도시가스보다 더 비싸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에너지복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공청회를 가졌다. 에너지 빈곤 문제를 개선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보고 이를 복지 차원에서 풀어가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 에너지복지법의 제정 목적을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 및 에너지 소비의 형평성 제고”로 규정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우리가 실현해야 할 것은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과 소비의 진작이 아니라 에너지 ‘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을 통한 에너지 복지 향상이다.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에너지 그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는 냉난방으로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음식을 익히고 데우며 다양한 기기를 작동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에너지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정부는 에너지 빈곤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고 에너지 이용권(일종의 쿠폰)을 제공하는 데서 답을 찾는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가구에 정말 필요한 것은 적정한 에너지 서비스이다. 에너지 자원의 고갈 문제나 석유 정점 문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화석연료 소비로 야기되는 기후변화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는 이 시대에 에너지 공급과 소비 증대를 통한 에너지 복지 실현은 적절한 답이 될 수 없다. 같은 수준의 에너지 서비스를 에너지를 더 적게 투입해서 얻을 때 이러한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주택 단열 개선과 효율적인 기기 사용이 중요하다. 게다가 이런 사업들은 일자리까지 만들어내니 금상첨화다. 정부의 에너지복지법안에도 주택소비효율 개선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에너지 이용권 제공을 위해서는 에너지 복지 기여금이라는 확실한 재원 조성방안이 제시된 반면 이런 사업의 재원 마련 방안은 불분명해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주택 소유권 문제와 얽혀 간단하지 않지만 에너지-환경-복지-고용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려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 글은 <경향신문>(2010년 11월 12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처음 작성: 2011-03-18 14:41:38 / song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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