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2011-10-14 10:55:51 / songdw

원자력은 반평화·반생명·반정의, 지금 탈원전해야 '죽음의 길' 벗어나

강윤재(에너지전환 부대표)

2011년 9월 28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에도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은 요지부동이다. 낙후된 원전의 수명연장을 밀어붙이더니, 원전부지 선정 작업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문제 등 잠시 밀어두었던 계획들을 한꺼번에 해치울 기세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유엔 원자력안전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의 내용은 그런 점에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신속함이 항상 미덕은 아니다. 번지수가 틀리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대재앙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아전인수식 아집과 소탐대실은 곤란하다.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일본의 원전전문가들은 옛 소련을 비웃으며, 자신들은 다르다고 자신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다시 한국의 원전전문가들은 일본을 비웃으며, 우리는 다르다고 큰소리친다. 안타깝게도, 역사적 불행은 그렇게 반복된다.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인류와 원자력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경구다.

원자력은 반평화, 반생명, 반정의(불의)를 조장하는 에너지다. 모든 원자력은 핵무기로 통하고, 핵무기는 분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반평화다. 핵무기, 핵발전의 전쟁, 평화 양분 구도는 의도된 허구다. 방사능 누출은 죽음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반생명이다. 원전을 몇 겹으로 에워싸지만 방사능 누출을 막을 길이 없고, 핵쓰레기 하나 처리 못해 전전긍긍이다. 또한,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밥과 바꾸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사회정의를 파괴한다. 원전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값싼' 전기를 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핵폐기장도 마찬가지다.

원전은 경제적이며, 수출 효자 종목인가. 후쿠시마 사태로 도쿄 전력은 망했다. 보상금도 일본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런데 어떻게 원자력의 발전단가가 쌀 수 있단 말인가. 원가산출방식이 크게 잘못되어 있다. 원전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일본의 경우, 54기의 원전 중 현재 15기만이 가동 중이다(그래도 올 여름 전력수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빈번한 지진(해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필요도 없는 원전을 왜 이리 많이 지은 것일까. 일본 원전자료정보실의 활동가의 말처럼, 일본 원전산업의 생존이 그 답이다. 원전산업계는 원전을 계속 지어야만 하고, 손해를 보면서도 수출에 나서야 한다. 물론,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우리라고 크게 다를까. UAE 원전수출은 정권 홍보용으로는 손색이 없지만 경제적 손익계산은 다를 수 있다. 이면계약 의혹이 보다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누구를 위한 경제이며, 무엇을 위한 수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대체에너지가 불충분하니 원자력 이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원자력을 쓰면 쓸수록 우리는 원자력 기술시스템에 더욱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프랑스를 보라. 프랑스는 전기의 6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프랑스의 탈원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은 프랑스와 상반된 길을 갔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갔다. 그 결과,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의 토대를 다질 수 있었다. 2022년 탈핵선언은 그 동안 다져온 노력의 결과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놀라운 성장속도와 높은 고용창출 효과를 선보이며, 수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왜 우리는 죽음의 길인 프랑스와 일본의 길로 가야 하는가.

독일이 체르노빌을 계기 삼았듯, 우리도 후쿠시마를 에너지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전 밀집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원전사고는 대참사를 예고한다. 따라서 탈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무엇보다 원전확대정책을 당장 멈추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정전사태도 전력 공급이 아니라 수요 관리와 예측 실패로 말미암은 것이다. 에너지 효율과 절약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고, 필요한 전기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그 속에 새로운 기술발전과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미래도 함께 있다.


이 글은 <한국일보>(2011년 9월 28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처음 작성: 2011-10-14 10:53:07 / song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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